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27
아, 상큼하게 기분 좋아지는 시입니다. 나는 그대를 모르고 그대는 또다른 그대를 모르지만 우리는 이렇게 이곳에서 만나 시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 “한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고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또 이렇게 여기에서 만나, 상큼상큼 아름다운 세상 쪽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아, 이 가을이 상큼해질 때까지!
과일가게에서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 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며
붉으락푸르락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