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28
몸 안에 슬픔이 꽉 들어차 있는 날이 있지요.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그런 날. 이 독약처럼 지독한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시인은 이 슬픔을 혼자 다 차지할 거라고 합니다. “온전한 내 것이 있다는/ 이 가득함”을 절대 나눠줄 수도 나눠먹을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슬픔이 왔을 때가 아니라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를 가만가만 위로해줄 시간도 없을 테니까요.
슬픔이 너무 큰 날은
못 나눠줘 절대
이 슬픔 나 혼자 다 차지할 거야
애인처럼 연인처럼 다가오지 마
이런 전시에 나눠 먹다니
내 목숨에 슬픔 외의 빈 자리 없음을
그런 슬픔
온전한 내 것이 있다는
이 가득함
사랑도 오늘은 너 혼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