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31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이 아무렇게나 길에 나뒹구는 줄로만 알았는데요. 그게 아니었군요. 가로수가 하늘을 닦던 제 손바닥을 아래로 내려, 그대와 내가 걷고 있는 길을 “팽글팽글 구르며/ 닦고 또 닦아주”고 있는 거였군요.
길
청소부가 한나절 쓸어놓고 간
지상의 길이
마음에 차지 않는지
가로수는
조금 전까지 산들거리며 하늘을 닦고 있던
제 손바닥을 거두어
우수수 아래로 날려 보냈다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에 채이고 밟히면서
그 손바닥들은
제멋대로 흩어진 지상의 길을
팽글팽글 구르며
닦고 또 닦아주었다
말끔히 닦인 그 길로
금방 진흙탕을 건너온 한 사나이의
비틀거리는 발자국이 찍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