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34
집이 종점에 있군요.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여서 출근할 땐 맨 먼저 길을 나서야 하고 퇴근할 땐 맨 나중에 당도하게 되는 종점 집.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걷다가 다시 계단을 타고 힘겹게 올라야 나오는 종점 꼭대기 집. 그런 집은 안간힘 없이도 쉽게 찾아들 별이나 달에게 내주고 좀 낮은 곳에 주소를 두어도 좋겠습니다.
주소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