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긴 시에 맛을 붙여볼까요? “매형은 매형대로 위로를 해주고”라는 구절이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이 시 속의 나는 지금 뭔가 잘못되어 누나 집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친 누나 옆에 돌아누워 누나의 나이를 세어보는 동생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데요. 힘들 때 찾아가서 별일 없이 며칠 묵었다 올 사람이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른 논바닥을 헤집고 일어선 씨멘트 길을 따라 걸으면 누나의 집은 늘 맥주병을 둘러 꽃밭을 만들고 채송화, 맨드라미며 알 수 없는 이름의 꽃이 피곤 했다 양철대문의 우체통은 녹이 슬어 뜯어보지 못한 수십통의 먼지가 쌓여도 입을 벌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던 누나의 집 마당에 한참 서 있었던 것은 보라색 슬리퍼 사이 꽃잎같이 삐져나온 누나의 발꿈치 때문만은 아니었고 겨울 가뭄은 하얗게 바람을 몰고 와 빨랫줄을 흔들자 담벼락에 기댄 해바라기의 얼굴에서 주근깨가 쏟아질 듯
어려서부터 말이 없는 조카들은 내 손만 잡고 따라왔다 동네 가게에서 삼백원이나 오백원짜리 과자를 사주어도 웃지 않고 흙담벽에 그려놓은 새들이 날아오르자 맞춤법이 틀린 아이처럼 나무들이 일어서고 그 뒤로 하늘이 또 일어서고
매형은 매형대로 위로를 해주고 나는 나대로 생각을 넘겨짚고 마루에서 담배를 피우면 찬 공기가 옷섶을 들추며 온기를 빼앗고 가져온 것 없어도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느라 작은 수첩처럼 접힌 하늘에 금방 사라질 입김을 날려보냈다
이불을 덮고 누워 나지막한 천장에 눈 그림을 그리기도 하다 가뭄을 먹고 더 싱싱하게 자라는 별빛의 소리에 귀를 열어두기도 하고 집으로 갈 생각에 기름병이며 마늘을 싸줄 것이 걱정되어 어둠속에서 나는 몇번씩 몸을 뒤척였다 늦은 저녁 설거지를 마친 누나가 옆에 눕자 나는 말없이 돌아누워 누나의 나이를 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