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40
고개를 끄덕끄덕 차분히 시를 읽어가다가 마지막 부분 “이를테면 사랑이 새겨넣은 불도장 같은 것”에서 그만, ‘아-’, 긴 탄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를 음미하며 읽다보니 ‘물방울 화석’도 ‘지각변동’도 ‘그늘’도 ‘흔적’도 모두 예사롭지 않게만 읽힙니다. 어떤 사랑은, 또 어떤 그리움은 처음 모습 그대로 굳어져 평생을 같이하기도 하니까요.
그리움
물방울 화석이라는 것이 있다 빗방울이 막 부드러운 땅에 닿는 그 순간 그만 지각변동이 일어 그대로 퇴적되어버린,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빗방울 떨어졌던 흔적, 빗방울의 그 둥글고 빛나던 몸이 떨어져, 사라져, 음각으로 파놓은 반원, 그때, 터진 심장을 받으며 그늘이 되어버린 땅, 이를테면 사랑이 새겨넣은 불도장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