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41
얼마나 더 지독한 한파를 우리는 경험하게 될까요. 정말이지 혹독한 한파입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으슬으슬 떨다가 버스에만 올라도 그나마 살 것 같습니다.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가방에 붕어빵을 넣어주는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가시고 따뜻하고 먹먹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