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46
여전히 바쁘시죠? 매일매일 시간에 쫓기다 문득 뒤돌아보면 헛헛해집니다. 느긋한 시간을 갖고 이런 ‘햇빛 과식’을 해본 지가 언제일까요. 돌아오는 휴일에는 일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먹으러 집을 나서봐야겠어요. 봄볕 좋은 곳에 돗자리 깔고 누워 과식을 좀 하고 와야겠어요.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허락된 과식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