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50
버들치는 주로 맑게 흐르는 계곡물에 사는 물고기인데요. 물에 떠 있는 모습이 버드나무 잎 같아 ‘버들치’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을 어느 생태도감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버들치를 앞세우고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맑고 서늘한 샘 하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시인처럼 친근하게 “버들치야, 버들치야” 불러보게 됩니다. “오늘 버들치의 투명한 물결이 되어”
버들치야, 버들치야
물결에 자주 이마가 씻기는
징검돌을 바라보다가
내가 바위에 목을 기대고 잠들 때
버들치도 수초에 몸을 기대고 자는가
내가 바람소리에 잠이 깰 때
버들치도 소소한 물결소리에 잠이 깨는가
내 이마는 오늘 서늘하니 버들치의 이마가 되고
내 입술은 오늘 뾰족하니 서러운 버들치의 입이 되어
구불구불한 이 물길 거슬러 올라가면
만난다는 맑고 서늘한 샘 하나를 기다리니
그 물 한 대야 받아
내 붉은 심장을 꺼내 담가놓고 싶나니
맑은 지느러미 한 쌍으로 내 귀를 덮어주고
날렵한 아가미 하나 내 몸 어딘가에 따주고
버들치야, 버들치야,
너는 앞서거니
나는 뒤서거니
내 숨소리는
오늘 버들치의 투명한 물결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