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57
정말이지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하마, 딸기코 주씨와 뚱보 주인장은 무사히 퇴원해서 양조장 문을 열었겠지요? 병원 가득 풍겼을 막걸리 냄새가 여기까지 진동하는 것 같은데요. 뚱보 주인장은 딸기코 주씨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들게 일하는지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재기 넘치는 말솜씨를 가진 시인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기만 하고요.
장화
술도가 딸기코 주씨, 술탱크 젓다가 거꾸로 처박혔다 첨벙! 뚱보 주인장이 달려나왔다 술맛 다 버렸군 일하기 싫다고 장화를 처넣어 넌 오늘로 해고야! 안방 사무실로 쾅! 들어가버렸다 항아리에 빠진 주씨의 숨넘어가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둥둥 떠 있는 장화만 본 것이다 왕창 막걸리 들이켠 주씨, 병원차에 실려갔다 주씨의 장화도 실컷 술마셨다 이 일이 뭐가 힘들담! 며칠째 구시렁구시렁 문병도 안 가고 혼자 일하던 뚱보 할아버지도 술탱크에 처박혔다 나란히 병실에 누웠다 병원 가득 술냄새 풀풀 났다 아지랑이도 등 돌린 채 비틀거렸다 문 닫은 양조장 처마 밑, 장화 두 켤레도 흠뻑 취해 누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