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68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특별한 꽃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잘 말려두기도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사랑이 식어버린 것 같습니다. “속이 다 비고도/ 바스라지지 않는” 것은 다만 꽃만이 아닐 텐데요. 이 “말라붙은 꽃”을 이제 그만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계속 벽에 걸어두어야 할까요. “그대에게서 오래전 받은 따뜻한 꽃 한송이”
마른 꽃
시들고야 말았다
식었다
그대에게서 오래 전 받은 따뜻한 꽃 한송이
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하세월
사랑은 말라붙은 꽃만 남기고
기어이 그대를 벽에 꽂아놓진 못했어도
내 마음 깊은 어디쯤에
딱딱하게 걸려 넘어가지 않는 마른 꽃
속이 다 비고도
바스라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