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69
이 시는 중의적 표현에 좀더 집중하면서 읽으면 좋겠는데요. 이를테면,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은 환한 밥풀”을 초저녁에 뜨는 둥근 달을 연상하면서 읽어도 좋겠고, 문득문득 다가오는 어떤 그리움의 대상을 그려보면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인데요.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뭔가를 자꾸 떠올리면서 시를 읽다보면 좀더 시의 깊은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대는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되는 저녁을 보내지 않기 바랍니다!
밥풀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눈물처럼 마르고 싶은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