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70
깔따구를 쫓을 수도 있고 파리를 잡을 수도 있는 슬리퍼, 축구공 대신 골대에 넣기도 하고 급할 땐 들고 뛰기도 하는 슬리퍼... 피자를 받으러 나가다가 기어이 다른 한짝을 찾지 못해 한짝만 남은 슬리퍼를 대충 끌며 현관문을 열기도 했을 텐데요. 김륭 시인의 동시 「슬리퍼」를 읽다보니 “분명 슬리퍼도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습니다. 슬리퍼는 물론이거니와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는 TV 리모컨이나 핸드폰을 찾아 여러번 헤매본 적이 있는 저로서는!
슬리퍼
현관문 앞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슬리퍼
가끔씩 개에게 물어뜯기기도 하는 슬리퍼
밤새 총총 한 짝이 사라지기도 하는 슬리퍼
분명 슬리퍼도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