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71
쓸쓸하면서도 환해지는 맑고 정갈한 시인데요. “큰 오동잎 한 장으로도/ 귀뚜라미의 더듬이 하나 덮지 못”한다는 말로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를 또랑또랑 들려주고 있습니다. 대피리 “구멍마다 쏟아지는 달빛을/ 그대 두 손으로는 다 막지 못”한다는 말로 가을밤 달빛이 얼마나 환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주면 벌써 추석인데요, 모두모두 맑고 환한 명절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가을밤
이 밤 뚝 뚝 지는
저리 큰 오동잎 한 장으로도
귀뚜라미의 더듬이 하나 덮지 못하리
대피리 일곱 구멍
구멍마다 쏟아지는 달빛을
그대 두 손으로는 다 막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