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73
이 시는 시인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읽으면 좀더 흥미로울 텐데요. 고개 숙여 “수몰지 물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시인은 이내 고개를 들어 자전거 타고 가는 한 “광부”를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좀더 들어올려 “푸른 하늘가”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려 길가에 핀 “구절초”를 바라보는데요. 그러면서 시인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는 모습도 보이나요? 계절도 우리의 안쪽도 한없이 깊어지는 가을입니다.
구절초
화순 적벽 가는 길 가에 구절초 피고 수몰지 물그림자 단풍져 붉다. 낡은 자전거에 도시락을 얹고 페달에 힘을 주며 폐광이 다 된 광산을 향해 광부 하나 하얗게 가고 있다. 불꽃이었던 옛 사내, 어둔 땅속으로 불을 캐러 간다. 푸른 하늘가, 농창 익은 연시가 불송이보다 더 밝은 대낮, 화순 적벽 가는 길가에 구절초 피어 저 홀로 한세상 깊어만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