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74
시멘트 가루가 하도 부드러워서 저도 좀 놀란 적이 있는데요. 모래 자갈과 섞인 그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반죽이 되어 단단한 길을 만들기도 하고 아파트를 몇층이고 올리기도 하는데요. 「시멘트」같이 부드럽고 강한 시는 결코 아무 손끝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유용주 시인 같은 사람 손끝에서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거칠고 뻣뻣하게 구는 것들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쉽게 부러지고 맙디다.
시멘트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