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78
오늘 소개하는 「두부」는 최근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젊은 시인의 작품인데요. 시는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요? 유병록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일주일 내내 마트에 가서 두부를 사다 먹었다고 해요. 두부를 만지는 느낌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를 완성했다고 해요. 시인은 얼마큼 많이 두부의 느낌을 몸 안으로 들이려 애썼을까요?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두부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
따뜻한 살갗 안쪽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
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부는 식어간다
이미 여러번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
차가워지는 가슴에 얹었던 손으로 이미 견고해진 몸을 붙잡고 흔들던 손으로
두부를 만진다
지금은 없는 시간의 마지막을, 전해지지 않는 온기를 만져보는 것이다
점점 사이가 멀어진다
피가 식어가고 숨소리가 고요해지는 느낌, 영혼의 머뭇거림에 손을 얹은 느낌
이것은 지독한 감각, 다시 위독의 시간
나는 만지고 있다
사라진 시간의 눈꺼풀을 쓸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