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80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으로 이루어진 네모의 방, 이 간단한 구조에 작은 창문이 하나 달려 있을 뿐인데요. 이렇듯 단순한 구조의 방이 마냥 신기하고 신비롭게 보입니다. 왜일까요? 처음으로 내 방을 갖게 된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나, 남의 발소리를 머리에 이고 살다가 햇볕이 드는 지상으로 이사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좀 더 쉽게 이해할 텐데요. 시인 덕분에 우리는 이 간결한 구조로 이루어진 방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더 좋았다”
방
옆으로 누우면 벽
똑바로 누우면 천장
엎드리면 바닥이었다
눈을 감으면 더 좋았다
가끔 햇빛이 집요하게 창문에 걸쳐 있다 돌아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