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86
내가 마냥 푸르고 행복할 때는 다른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빈 가지로 서서 매서운 바람을 견디는 겨울에 닿아서야 “저만큼 멀어진 친구”도 보이고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도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시인님.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 나무”한테 가서 사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와야겠습니다.
겨울 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