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88
“믿을 것은 그래도 자신밖에 없다고/온몸에 가시바늘 세우고 산다” 사는 게 만만치 않지요? 오기로만 버티며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도 온통 가시투성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뱉은 가시에 내가 찔리는” 상황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에게 함부로 헐뜯기지 않으려 악착같이 가시만 세우다보면!
낙타풀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땡볕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곳
가도 가도 목타는 곳이 사막이다
발 뻗고 쉴 곳 없는 사막에서
이따금 내가 만난 풀들은 왜
표정조차 뻣세고 가시 많은 것일까
무시로 경을 치는 모래바람 속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매는 선인장
믿을 것은 그래도 자신밖에 없다고
온몸에 가시바늘 세우고 산다
뿌리까지 흔들리는 멀미 속에서
중심 잡고 악착같이 살아야지
남에게 함부로 씹히지 말아야지
무게를 덜고 오기로만 버티는
낙타풀은 몸이 온통 가시다
바람에 벼린 서슬 푸른 적의다
사막에서 내가 만난 풀들은 대개
뾰족하고 의심이 많다, 나도 가끔
가시 돋친 말을 뱉는 낙타풀이다
내가 뱉은 가시에 내가 찔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