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89
오래 걸었으나 막상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가 있는데요. 여기,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집이 아닌 남의 집 안쪽에서 나온 불빛에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사람. 신발 밑창이 다 해지도록 오래 걷고 나면 환하고 따뜻한 빛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늘이 있다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빛이 있다는 것. 여태 걸어온 걸음이 헛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밑창이 다 해진 신발 노래
남의 집 문 밖에서 내 그림자 길어질 때부터
나, 세상의 그늘 속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