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90
시집을 펼치면 ‘시인의 말’을 먼저 읽어볼 때가 있는데요. 성원근 시인의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에는 시인의 말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유고시집이기 때문인데요. 시인은 안타깝게도 첫시집을 내기 전, 1995년 3월 세브란스 해부학 교실에 시신 및 안구 기증을 하고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은 ‘바람소리’처럼 먼 곳으로 갔지만, 흔들리는 징검다리 위에서 손 내밀어 길 건네주는 모습, 여전히 해맑습니다. 햇살 같고 냇물 같은 그의 시도!
바람소리
냇물을 건너갈 때
그대 손을 잡아줄 때
징검다리 디덤돌이 간혹 흔들릴 때
들리는 것은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뿐.
햇살이 맑아라.
흐르는 냇물, 흐르고 흘러라.
햇살 곱게 씻으며 흘러라.
우거지는 소나무, 솔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