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91
“앵두꽃 피면/ 앵두바람/ 살구꽃 피면/ 살구바람” 아, 생각만 해도 앵두꽃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살구꽃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박용래 시인은 ‘눈물의 시인’이었다고 해요. 그렇다 해도 시인은 가난이나 외로움 따위 때문에는 결코 울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럼 무엇 때문에 울었을까요? 이문구 소설가에 의하면, 시인은 ‘한 떨기 풀꽃’을 보고도 울었다 하고, ‘시래기 삶는 냄새’를 맡으면서도 울었다 하는데요. 시인은 필시 앵두꽃이 피면 앵두꽃이 피었다고 울었을 것이고, 살구꽃이 피면 살구꽃이 피었다고 울었을 것인데요. 천상, 시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렇게 맑고 순한 울음을 낼 수 있을는지요. 천상, 시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맑고 향기로운 시를 쓸 수 있었겠는지요. “보리바람에/ 고뿔 들릴세라/ 황새목 둘러주던/ 외할머니 목수건”
앵두, 살구꽃 피면
앵두꽃 피면
앵두바람
살구꽃 피면
살구바람
보리바람에
고뿔 들릴세라
황새목 둘러주던
외할머니 목수건
<현대문학 · 198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