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08
“빨랫방망이로 두드려놓은 / 맑은 물이 놓였다.” 우물은 사라지고 ‘우물터 돌’은 남아 있습니다. 이 돌은 “영원을 지나온 듯이” 오래되었을 것만 같고 매끈매끈 닳아있을 것만 같은데요. 시인이 아니었다면 이 우물터 돌에 들어 있는 “물소리”를 언제까지든 듣지 못했을 텐데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저 우물터 돌을 저도 한번 어루만져 보고 싶습니다. “돌에서,/ 물소리 난다.”
우물터 돌
영원을 지나온 듯이
하늘을 봤다는 듯이
운다는 것도
웃는다는 것도 맞다
빨랫방망이로 두드려놓은
맑은 물이 놓였다
눈으로 어루만지며
나는 어루만지며
검은 치아 흰 치아를 차례로
올려놓는다
물소리,
두드리는 돌에서 난다
돌에서,
물소리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