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1
“권태와 시간”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근심 걱정”을 훔쳐내고 있습니다. 시인은 “잠도 소리 없이 닦아” 먼 나라에 있는 “조카딸”에게까지 고요하고 섬세한 손길을 보내고 있는데요. “다 해진 내 영혼의 뒤켠을/ 소리 없이 닦아주는 이는/ 누구일까.” 노향림 시인이 우리의 영혼까지도 맑고 깨끗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마루
마른 걸레로 거실을 닦으며
얇게 묻은 권태와 시간을
박박 문질러 닦으며
미국산 수입 자작나무를 깐
세 평의 근심 걱정을 닦으며
지구 저쪽의 한밤중 누워 잠든
조카딸의 잠도 소리 없이 닦아준다.
다 해진 내 영혼의 뒤켠을
소리 없이 닦아주는 이는
누구일까.
그런 걸레 하나쯤
갖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