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3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여름 가을이 오면 시골집 마당 과 텃밭에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게 ‘풀여치’인데요. 오늘은 박형진 시인의 풀여치가 우리에게 다가와 ‘사랑’을 알려주고 갑니다. 읽을수록 풀 냄새가 짙어지는 시인데요, 다음 시행은 꼭 소리 내어 읽어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사랑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