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5
불면에 시달려본 사람은 압니다. 잠이 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인가를. 필시 시인 또한 지독한 불면을 경험했을 것만 같은데요. 어쩌면 우리는 잠 못 드는 밤에 이 시를 꺼내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달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하루를 밀고 가시길 바랍니다.
양들의 침묵
초원은 어제처럼 건조했고
초원을 둘러싼
강에는 뿔 모양 산이 돋아났습니다
양들이 풀의 젖꼭지를 빠는
간지러운 밤입니다
안개도 없는 밤에
늑대도 없는 밤에
사라진 양에 대해선
양들이 알 뿐, 그들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으니
저로서는 알 길 없습니다
사라진 양에 집착하고부터
잠 못 이루고
되레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입니다
안개를 풀어놓은 밤에
늑대를 풀어놓은 밤에
양을 세다
사라진 양이 가여워
울다 잠든,
어린 밤을 기억합니다
안개보다 늑대보다 무섭게
비구름이 몰려옵니다
이제 그만,
양들을 불러모아야겠습니다
내일은
오늘 센 양의 수와 또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