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7
“버스든 전철이든 어디든/ 우리는 무언가를 읽는다.” 이현승 시인의 「호모 텔레비우스」는 오늘날 우리들의 단면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별 의미 없이 눈만 피곤하게 만들 때가 많은데요. “눈만 까맣게 남은/ 새우젓 속의 새우눈처럼” 되지 말고 눈을 좀 쉬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호모 텔레비우스
요즘은 눈만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도 충혈된 채 뜨겁다.
버스든 전철이든 어디든
우리는 무언가를 읽는다.
활력증강, 피로회복제 광고를 샅샅이 본다.
어디에나 텔레비전이 있다.
엘리베이터나 정류장에도,
심지어 손바닥 안에도 있다.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는 눈만 피곤하다.
피곤해서 몸이 녹고
붙어 있는 팔다리가 종종
환지통처럼 점멸해도
허리는 굽고, 목은 앞으로 쏠린 채
우리는 눈만 피곤하다.
눈만 까맣게 남은
새우젓 속의 새우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