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9
시에서 나는 “햇고구마 순” 냄새와 “산도라지” 향이 맡아지나요. 우리가 부쩍 쓰지 않는 말 중 하나가 ‘고향’이라는 단어일 텐데요. 오랜만에 음미하다 보니 아련하고도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갱 줍는 고향 모습”이 보이나요. “갱”은 작은 소라같이 생긴 고둥인데요. 시에서 풍겨오는 아릿한 갯내를 흠흠 맡아봅니다. “가슴이 뜨거울레라/ 가슴이 시방 뜨거울레라” 추석 명절 인사로 건네는 시입니다.
추석 무렵
햇고구마 순을 다듬고
산도라지를 다듬는 손길이 부지런도 하여라
누구의 입에 서로 나눠먹을 것인가
가을빛 손때 묻은
바쁜 손길에 내려앉은
갱 줍는 고향 모습일레
가슴이 뜨거울레라
가슴이 시방 뜨거울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