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29
“11월의 바람이 지나다 가만히 들어앉아” 보는 까치집.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나무가 이파리를 죄다 떨어뜨리는 계절을 지날 때면 문득문득, 까치집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있는 줄도 몰랐던 빈 까치집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까치의 한때를 떠올려 봅니다. “배 밑의 부드러운 살에/ 뜨거운 온기를 나누어 갖던 일들”
까치집
잎들을 모두 반납한 나무에
까치집이 걸려 있습니다
까치의 짧은 입술이 닿았던 나뭇가지
11월의 바람이 지나다 가만히 들어앉아 봅니다
배 밑의 부드러운 살에
뜨거운 온기를 나누어 갖던 일들
깨치며 하늘을 담았던 자리
순간 목덜미가 따뜻해집니다
하늘이 다녀간 것이 분명하다며
바람은 다시 일어서는데
산 아래 마을에서 아이들
아우성칩니다
까치집 바람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