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31
눈보라가 쳤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눈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저녁에 든 새들은 “구부러진 나무꼭대기에 나란히” 앉아 “눈 덮이는 들판을 향해” 있는데요. 시인은 왜 귀가하지 않고 “들새들”처럼 나무 아래 있는 걸까요. 어떤 생각과 어떤 기억으로 몸을 데우며 ‘저녁눈’을 맞고 있는 걸까요. “어깨에 쌓인 눈이 훈훈히 젖어든다.”
저녁눈
눈보라에 밀려
동네 허공에 머물던 들새들
눈 덮이는 들판을 향해
구부러진 나무 꼭대기에 나란히 앉는다
그 나무 밑에 나도 나란히 앉는다
어깨에 쌓인 눈이 훈훈히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