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32
“폭설의 밭 속에서 살고 있는 것들!” 눈이 희끗희끗 쌓인 들판에서 보리가 푸릇푸릇 올라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폭설에도 마늘이 꿋꿋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폭설에도 양파가 둥글게 자라고 있습니다. 시인이 보고 있는 빛깔과 시인이 듣고 있는 소리를 함께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없던 힘이 불끈 생겨나 푸르게 솟구칠 것만 같습니다.
갑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들렸다
폭설의 밭 속에서 살고 있는 것들!
백설을 뻗치고 올라가는 푸른 청보리들!
폭설의 밭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들!
시퍼런 마늘과 꿈틀대는 양파들!
다른 색은 말고 그런 색들!
다른 말은 말고 그런 소리들!
하루를 살더라도 그렇게
사흘이나 나흘을 살더라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