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35
옷을 고르는 할머니와 모자를 고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인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요. ‘빨강색 바지’를 입은 할머니가 ‘빨강색 바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검정색 중절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검정색 중절모자’에만 눈길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도 변하지 않을까요? 고만고만한 꽃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회관의 어머니들이 정겹게 떠올라 싱긋이 웃어봅니다.
변하지 않는다
할머니 한 분이 바지를 고르시네
색색깔 바지 가운데
빨강색 바지만 만지작만지작,
빨강색 바지를 입고서
빨강색 바지가 가장 이쁘네
할아버지 한 분이 모자를 고르시네
별의별 모자 가운데
중절모자만 썼다 벗었다,
검정색 중절모자를 쓰고도
검정색 중절모자만 눈에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