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6
이 삼학년 아이는 왜 맞았을까요?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오곤 해요. ‘미숫가루는 우유에 타야 맛있는데 맹물에 타서’, ‘동네 아저씨가 먼저 우물에 미숫가루를 타려 했는데 아이가 먼저 해버려서’, ‘얼음을 안 넣어서’ ‘때린 게 아니라 입가에 묻은 미숫가루를 좀 격하게 털어준 것’ 등등. 우리도 엉뚱하게 상상해볼까요. 이 아이는 왜 맞았지?!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