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9
아, 그렇군요. “눈으로 익힌 얼굴은/아른대는 형상이나/마음으로 익힌 얼굴은/닦으면 닦을수록 더 선명해지는 법”이군요. 아 그렇다면, 내 마음이 가장 먼저 선명하게 떠올리는 얼굴을 한번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내 마음이 가장 그리워하는 얼굴을 그려봐도 좋겠지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이 왜 내 마음이 그 얼굴을 생각하는지 천천히 생각해보면서 그려보아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은 좋겠다 그쵸? 얼굴을 다 그린 뒤엔 손끝의 체온을 그 얼굴에 전해줘도 좋겠다 그쵸?
얼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다 함께 살아 있음에
얼굴에 살아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첫눈에 익은 얼굴
붉히는 꽃송이의 얼얼한 체온이
아슴아슴 사라진다
눈감아보면
가린 것 없는 보름달같이
다시 다가서는 모습
어찌 수줍음뿐이랴
눈으로 익힌 얼굴은
아른대는 형상이나
마음으로 익힌 얼굴은
닦으면 닦을수록 더 선명해지는 법
마음속 이 생명의
火印(화인)처럼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그리움이여
나의 체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