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
사춘기 이후에 고무줄을 한 적 있나요? 고무줄 하는 소녀들 참 예쁘지요. 사춘기 이전과 사춘기 이후는 어떻게 다른 건지. 사춘기 이전에 좋아했던 것과 사춘기 이후에 좋아하는 게 바뀌나? 바뀐다면 어떤 게 바뀌나. 사춘기 절정기에 있는 친구들은 이 물음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겠지만요!
가을 소녀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다 가버린
꽃도 잎도 다 져버린
을씨년스런 11월 텅 빈 교정 한구석에서
아직 사춘기에 이르지 못한 중1짜리 계집애들이
늦게까지 고무줄을 하고 논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폭폭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싣고서......”
잔설처럼 깔린 황혼을 스산히 몰고 가는 찬바람에
펄럭이는 교복 치마 밑에서 통통히 여무는 종아리
계집아이들의 높고 쾌활한 웃음소리에
어둑신한 교정 한구석이
꽃핀 것처럼 환하게 밝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