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2
게으름이 지나치다 싶을 때 꺼내보는 시예요.
엄살이 늘어갈 때 꺼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예요.
노고 없이 얻어지는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요?
나는 지금, 무엇이 되기 위해 얼마나 끙끙거리고 있는 걸까요.
시인이 되려면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같이
얼음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