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타국에 입국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갖추려고 나나에게 주사를 맞히고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 검역 시 제출할 서류를 쓰고 고양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고 또 읽었다. 무엇보다 나나의 몸무게와 비행시간이 걱정이었다. 오 킬로그램이 넘지 않아야 기내에 동반할 수 있는데 나나는 그보다 무게가 더 나갔다. 체중이야 남은 시간 동안 줄이면 되지만 열두시간이 넘는 비행을 나나가 잘 견뎌줄지, 여유 공간이 있는 맨 뒷좌석을 예약할 수 있을지, 다가오지도 않은 일들로 걱정하며 수많은 만약을 상상했다.
아쉽게도 나나와 나는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첫 계획이 실현되지 못한 뒤에도 늘 다음을 생각했다. 우리는 곧 비행기를 타게 될 거라고. 아쉽고 힘든 시간을 같이 견뎌야 할 거라고.
그로부터 이 년 뒤 주사를 맞은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 나나 어깨 쪽 피부 아래서 꽤나 큰 덩어리가 만져졌다. 피하에 멍울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나 병원에서는 육종인 것 같으니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수술은 잘되었다. 나나도 대견하게 잘 회복해주었다. 다만 이주 뒤 미국에서 보내온 조직검사 결과지에 뜻밖의 결과가 적혀 있었다. 나나 몸에 생긴 덩어리가 피하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며 나나가 앞으로 일년 남짓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수의사 선생님은 별말이 없었다.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결과지를 다시 읽으며 조금 울었지만 그 문자며 숫자는 믿지 않았다. 나나는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었으므로. 그리고 나나는 정말 괜찮았다. 우리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