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도록 길고양이들이 내 집을 드나들며 잠자리를 어지럽혔다. 뒤늦게 알았는데, 그 집은 고양이들의 주요 길목이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그 녀석들이 간헐적으로 집안에 들어왔던 것은 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삿짐을 옮기고 난 뒤엔 짐을 다 뺀 썰렁한 빈집에서 밤마다 센 놈에게 쫓겨난 두 녀석을 기다렸다. 벌판에서 혼자 야영을 하는 것 같은 공포를 며칠 견디다 보니, 무작정 기다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녀석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내쫓은 ‘센 놈’을 먼저 포획했고, 그 참에 가뜩이나 홀쭉한 지갑을 또 열어 센 놈도 중성화시켰다. 일찍 닥친 한파로 인해 사흘 동안 새로 이사한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방사했지만, ‘센 녀석’은 통덫 안에서도 밥을 잘 먹었고, 대소변도 제때 해결했다. 녀석은 ‘아줌마, 저는 아줌마를 믿어요!’ 하는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하악질 한번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맹랑한 두 노랭이를 잊고 고등어태비인 그 늠름한 녀석을 데리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통쾌하게 상상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센 놈’을 방사하기 전에 우리집 고양이 제2호 작은엄마와 제3호 아들놈을 포획했다. 그러고 나자 새로 이사한 2층집 창문 밖으로 일찍이 죽은 줄 알았던 나의 제1호 고양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6개월만이었다. 그 동안 나의 제1호는 두루뭉실하게 살이 쪘고, 고생을 많이 했는지 다크서클이 더욱 짙어 보였다.
나의 제1호가 2012년 가을과 2013년 봄에 출산한 두 쌍의 짝 귀는 평생 처음 실내로 들어왔다. 두 녀석은 뒤늦게 ‘하니’와 ‘써니’라는 이름까지 얻었건만 아직도 나를 온몸으로 방어하고 있다.
친구들이 와서 밤을 새다시피 놀던 날, 녀석들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한 녀석이 앞매김을 하며 맑게 음을 잡으면, 다른 녀석이 그 음을 그대로 받아 되풀이하거나 조금씩 변주해가는 긴 긴 노래였다. 그걸 처음 들은 친구들은 내가 왜 그토록 그 녀석들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아름다운 노래’를 녹취해서 상업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녀석들에게 짓눌려 살았던 나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믿기지 않게도 깜짝 선물처럼 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녀석들은 또 번개처럼 사라졌다. 사진 속 녀석들의 얼굴이 본 적 없이 편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아, 과연 내가 두 녀석의 꼬리털이라도 만져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