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만해문학상 최종심 대상작 그 첫 번째 작품 『바깥은 여름』을 소개합니다!
15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경신하며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 없는 작가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靈)이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 등이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웃음 고인 아이 입매를 보자 목울대가 매캐해지며 얼굴에 피가 몰린다. 불현듯 저 손, 동영상에 나온 손, 뼈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재이가 황급히 가린 게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재이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윽고 눈뜬 아이가 맑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곤 가슴팍을 크게 부풀려 숨을 모은 뒤 초를 향해 훅 입김을 분다. 초가 꺼지자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그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재이 얼굴을 찾으려 나는 꼼짝 않는다."
[예심평]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바깥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존과 자긍을 잃지 않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의 작가가 바라본 동시대 한국의 풍경이다. 2010년대 중반 한국사회의 마음을 앓고 있는 책이자, 그 마음을 살피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입동」으로 시작하여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끝나는 단편들의 배치가 의미심장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통한 사람들, 그 무너진 마음들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일견 무력해 보이지만, 마침내는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케테 콜비츠)는 절박한 호소이자 명령이 되어 독자에게 돌아온다. 방관, 혐오, 폭력 등 바깥의 현실과 마주하며, 사랑과 책임, 이해와 용서에 대한 이 책의 질문들이 비수처럼 다가오는 것은 바로 그 울림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저자 소개]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