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만해문학상 최종심 대상작 그 두 번째 작품 『해자네 점집』을 소개합니다!
이 나라의 가난한 영혼이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그의 시가 있다는 평을 받는 김해자 시인의 네번째 시집. 1998년 데뷔 이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시대의 그늘진 면면을 너른 품으로 껴안는 많은 시편들로 삶과 시대와 사람을 향한 진한 사랑을 건네는 시인. 매 시편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는 시인만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선득한 울림을 준다.
"나는 사랑했지. 나처럼 생긴 이 세상의 모든 여자와 남자, 농부와 어부와 장사꾼, 소쿠리에 담긴 진흙 을 이고 먼 길 걸어와 집이자 성전을 바르는 흙손을, 벽에 닭과 새와 소와 무지개를 그리는 색색 그림, 아름다웠지, 작업을 마치고 모락모락 김 나는 뜨거운 밥 앞의 따스한 입들과 흰 스카프를 쓴 여인들의 입김과 둥그런 모닥불, 꿈에 부풀었지. 교회당에서 영원을 서약하는 웨딩드레스와 법원 앞에서 이별의 악수를 하는 연인들, 축복 있으라, 한때 사랑했으며 이젠 사랑할 일만 남았으니." - 「아름다운 생」 부분
[예심평]
『해자네 점집』은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시집이다. 시인은 고통과 수난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삶을 꾸밈없이 그려낸다. 이 시집은 가난과 상처로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징그럽게도 날카롭게 그려내며 무엇이 그들의 삶을 그렇게 망쳐놓았는지를 추궁하고 되묻는 시적 실천을 행한다. 시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람 냄새의 대부분은 고통과 수난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인간의 위엄을 지켜내며 사는 어질고 인정어린 사람들의 형상으로부터 나온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시인은 그를 통해 사람살이와 사회의 진실을 발견한다.
[저자 소개]
김해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조립공, 시다, 미싱사, 학습지 배달, 학원 강사 등을 전전하며 노동자들과 시를 쓰다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축제』『집에 가자』, 산문집 『민중열전』『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등이 있으며, 전태일문학상과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