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라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를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최근작인 「컨택트」의 개봉소식에 극장을 찾았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로, 원제는 ‘Arrival’이다.
막스 리히터라는 현대음악가가 있다.
20대 중반에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고
2004년 음반 ‘The Blue Notebooks’는 지금도 즐겨 듣는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그 음반의 수록곡 「On the Nature of Daylight」는 영화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 등에 삽입되었고,
「컨택트」는 시작과 끝에 그 곡을 배치하여 목소리와 음악, 이미지의 삼각구도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상업영화에서 음악이란 철저한 계산과 통계에 근거하는 2차적 창작물이지만
그만큼 흥행변수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주의 영화에서는 음악이 훨씬 더 정교하고 직관적으로 사용되는데,
선율보다는 일종의 음악적 장치로 쓰거나 아예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음악인으로서
자신만의 균형감각으로 그 둘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스코어가 전혀 없는 듯해도
배우가 직접 부르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길거리 음악가의 연주 등으로
감독의 음악적 취향을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 좋다.
반면, 절제하면 더 좋을 장면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와 오히려 미장센을 방해하는 작품도 있다.
결국 그 균형감각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과한 것보다 모자란 쪽의 여운이 길게 남을 때가 있고,
약간 과한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드니 빌뇌브는 그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감독이다.
「그을린 사랑」 도입부에서 라디오헤드의 곡을 강하게 인식한 관객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컨택트」를 보고 막스 리히터의 곡을 포스팅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이 글을 마무리하고 또다른 영화를 보러 간다.
그것은 영화에 내재한 음악적 감각과 세계관 모두를 보러 간다는 의미이다.
침묵을 귀찮아하지 않는, 침묵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작품이면 좋겠다.
그렇다면 음악도 분명 내 취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