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거구나.’ 십년 전 도서관에서 『슬픈 카페의 노래』(장영희 옮김, 열림원 2014)를 읽다가 책에서 손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게 생각에 잠겼던 날이 떠오른다. 나는 기억력이 나쁜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뇌리에서 떨쳐지지가 않는다. 그들의 기괴한 행동. 비극적인 삶의 태도를 계속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삶. 당시의 나는 마치 숙제처럼 인물들의 행동과 의미를 마음에 두고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 걸까. 왜 그토록 약해지는 걸까. 사랑이 나와 내 삶을 무너뜨리는데도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소설 속에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가령 이런 문장이다.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다.”
감정은 왜 엇갈리는 걸까.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면서도 누군가는 더 좋아하고 누군가는 덜 좋아하는 걸까. 그것은 왜 힘들고 그것은 왜 그토록 우리를 뒤흔드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그래서 잔인하게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러는 걸까? 사랑에 빠진 인간은 왜 그렇게 무모하고 약해지는지는 걸까? 소설은 다시 이렇게 답한다.
“간혹 사랑 받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알려고 하기에 그런 것이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하는 것. 이 문장 하나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 주위에 일어난 이해할 수 없었던 몇몇 사건들과 몇몇 사람들을. 그들은 왜 그토록 어리석고 동시에 아름다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