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더는 소설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지 말도록 하자. 서사가 없는 것. 부조리한 것. 결말이 없는 것. 의미가 둘 이상인 것. 그리하여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모든 종류의 소설들에게 너는 소설인가? 묻지 말고, 정말 소설이란 말인가? 개탄하지도 말자. 소설의 정의는 소설의 숫자만큼이나 많고 도래할 작가와 독자의 숫자만큼이나 많을 테니까.
소설가가 말했다.
“시와 소설에 경계가 있다면, 그 사이 어디쯤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먹먹한 순간들이 한순간이라도 멈추기를 바랍니다.”
소설이 말했다.
“문장에서 시간이 사라진다. 문단에서 시간이 사라진다. 모든 시간이 동시에 출몰한다. 나는 오직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건너뛴다. 미지의미이미지의미이미지의미이미지의미이미지의미 모든 시간이 한꺼번에 흘러간다.”
시간은 동사를 만들고 공간은 묘사를 만들고 작가는 문장으로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문장을 쓰고 그 위에 다시 문장을 덧대어 쓰면 어떨까. 주어와 동사를 한 단어 아래 놓는다면 어떨까. 그렇게 순서대로 나열할 필요 없이 논리대로 이해할 필요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한 호흡에 이 모든 것들을 단번에 읽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벨을 쌓기 전 나뉘지 않았던 인간의 언어는 어땠을까? 어떤 얼굴, 어떤 목소리를 지닌 노래였을까?
코러스크로노스. 시간의 합창. 모든 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울리는 것. 그래서 모든 음은 그냥 한 음이 되고 모든 사람은 그냥 한 사람이 되는 것. 시간의 코러스. 문장의 코러스. 과거와 현재, 1인칭과 3인칭, 나와 너, 일기와 편지, 이야기와 이야기 아닌 것, 작가와 독자, 첫줄과 마지막 줄, 첫 소설 「데 포케레케레」와 마지막 소설 「데 포케레케레」
난 이것을 아름답다,라고 노래한다
난 이것을 무한하다,라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