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경험이 쌓이다보면 발길은 자연스레 섬으로 향한다. 서툰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와 자동차만 있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편리한 여행지를 거쳐, 결국은 배낭 하나 둘러메고 오롯이 나의 두발에 의지해야 하는 섬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다. 번잡한 육지에서 발을 떼고 나만의 시간으로 향하는 뱃길, 그것은 떠나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설렘이고 희열이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한시간 남짓. 먼 거리는 아니지만 또한 일상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은 그쯤, 사승봉도가 자리하고 있다.
승봉도 선착장에서 사승봉도로 떠난다는 고깃배에 올랐다.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주민이 없는 사승봉도는 정기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무인도다. 그러나 드넓은 백사장과 때 묻지 않은 풍광, 모래섬임에도 풍부한 지하수 때문에 캠핑족들 사이에선 백패킹 명소로 꼽힌다. 물론 가볍게 해변산책을 즐기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서 여름철엔 이렇듯 고깃배들이 수시로 인원을 모아 사승봉도로 실어나른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자리에 텐트를 치고 해변을 걷기로 했다. 함께 고깃배를 타고 들어온 여행자들은 그새 산책을 마치고 돌아간 뒤였다.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섬에 들리는 것은 그 위로 속삭이는 물결뿐이다. 철저히 혼자가 되고 보니 외로움은 비집고 들어올 새가 없었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완벽한 고요 속에서 그저 멍하니 앉아 하루의 끝자락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엔 핸드폰 알람이 아닌 찰싹이는 파도소리에 잠을 깼다. 텐트를 열어젖히니 거칠 것 없는 바다가 훅 달려들었다. 눈곱도 떼지 않은 채로 슬리퍼를 끌고 바다로 나가 모래사장에 몇글자 끄적였다.
그.냥.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