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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책

    말을 많이 하고 온 날은

    2017-05-01

    말을 많이 하고 온 날은

    - 박연준 산문집 『소란』


    오은(시인)


    집으로 오는 길에 발걸음이 가벼운 날이 있는가 하면, 발등에 무거운 돌을 얹고 가는 것처럼 더없이 무거운 날도 있다. 어제와 비슷한 일과를 보냈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친구와 언쟁을 벌인 것도 아닌데 어깨가 축 처진 채로 걷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땅이 푹푹 꺼지는 날이었다. 그런 날들이 늘어나면서 한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곰곰 헤아려보니 발걸음이 무거운 날은 말을 많이 한 날이었다.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과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성미 때문이었다. 말을 많이 할수록 쓸데없는 말이 튀어나올 확률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도, 숨겨왔던 비밀을 들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 당사자는 바로 나였지만, 집에 오면 가슴속이 소란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많은 말들을 쏟아낸 날에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질 못했다. 그때 박연준의 『소란』(북노마드 2014)을 만났다. 묵독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안도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네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라고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읽을 때마다 시선이 머무는 대목이 달라지는 책이었다. “앞은 부끄럽습니다. 등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라는 문장은 번번이 나를 쓰러뜨렸다.

    『소란』을 읽다보면 거짓말처럼 시가 쓰고 싶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내리고 한동안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쓰지 못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전속력으로 시를 쓰다, 식은 두부를 먹으며 천천히 시를 고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사건은 두부를 만들기로 마음먹기 전에 일어난다. 그 ‘전’에 뭔가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다.” 시를 쓰기 전이, 다름아닌 그 ‘전’이 있었다.


    2017.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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