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내 마음의 언덕으로 오세요
하늘을 오려붙일 작은 창을 내고 헝클어진 바람을 모아 섬돌로 두었습니다 그대 언제든 오시라고 봄을 입고 꽃을 지폈습니다
이대흠 「봄을 입고」
기억이 고드름처럼 맺힐 때
주문을 외우고 눈을 감으니 골목을 데리고 사라지던 두부장수 종소리 느리게 오는 기억은 오는 동안 귀퉁이를 잃지요 담요 아래서나 살지요
박연준 「생각담요 아래 살다」
이월의 시작
2월 29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매년 2월 28일에 생일을 챙긴대 2월은 종종 1월보다 더욱 춥고 2월은 곧잘 3월보다 더욱 따뜻하지
권창섭 「이월(移越)」
내가 세상에 와 입은 옷 몇벌이었나
누군들 헌옷처럼 남루한 적 없었겠나 몸이 울 때 헐은 마음은 수고로워 새옷 입고 싶네
천양희 「옷 입다 생각하니」
옥수수 수프를 먹는 아침
둥글고 따뜻한 알갱이 알갱이 알갱이 어쩌면 언제든 볼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조금은 그리운 알갱이 알갱이 알갱이
이제니 「옥수수 수프를 먹는 아침」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잊고 다시 살아가리라는 말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유병록 「눈물도 대꾸도 없이」
내가 꿈꾸는 사랑
꿈 속의 꿈 같은 세상에서 꿈 밖의 꿈을 꾸며 걷고 있는 이여 나는 너의 발바닥 같은 사랑이 되고 싶다
박규리 「발바닥」
당신의 싱고는 무엇입니까?
십년 넘게 기르던 개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나는 저무는 태양 속에 있었고 목이 마른 채로 한없는 길을 걸었다 그때부터 그 기분을 싱고,라 불렀다
신미나 「싱고」
새해의 아침
나는 걷고 또 걸었구나, 크고 밝은 새해의 아침해와 골목 어귀에서 마주칠 때까지
신경림 「편지」
눈이 내리는 날은
여보게 꿈꾸세, 해가 앉은 그곳을. 눈이 내리는 날은 저렇게 많은 탄생들이 춤추는구나.
강은교 「눈이 내리는 날은, 여보게」
도화 피면 간다고 전해라
그대에게 당도하기엔 아직 멀고 추운 사랑의 온도… 도화 이파리 눈발처럼 날리거든 간다고 전해라
리산 「녹색 마차」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나희덕 「심장을 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