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는 사랑의 열매
애들은 정말 모른다. 그 어떤 나무보다 꽃을 사랑하는 나무를 여린 꽃이 다칠까 봐 열매 속에 싸안고 피운 분홍빛 사랑의 꽃을
안학수 「무화과」
그래도 푸른 하늘이 있다
많은 페이지의 무수한 하늘이 있다 새로운 나를 낳고 싶다고 나는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김승희 「그래도 푸른 하늘이 많다」
마음은 예상과는 다르게 자란다
마음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니? 손바닥을 올려보면 부드러운 움직임이 느껴진다
김상희 「마음 오르기」
도무지 힘이 나지 않을 때에는
조막만 한 돌을 주워다가 잘 씻어서 햇볕 드는 곳에 두고 자주 쓰다듬었다 바라는 대로 될 거야 걱정하지 마 틈날 때마다 말해주었다
유병록 「돌봄」
내 삶이 실례 같다는 기분
내 삶이 실례라는 걸 안다 거리에는 슬픈 노래가 많아지고… 집은 불러도 말이 없다
유수연 「에티켓」
이파리의 일생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이파리의 일생이 어떻게 완성되는가는 낙법에 달려있다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잎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희덕 「결정적 순간」
작별을 연습하기
내 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안현미 「구리」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하루가 있나요?
그만 사려져도 좋겠다고 생각한 하루는 슬프거나 괴로울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말
돌 지난 딸아이가 요즘 열심히 말놀이 중이다… 모음이 풍부한 자음이 조금만 섞여도 기우뚱거리는 말랑말랑한 말들을.
김기택 「말랑말랑한 말들을」
이 가을, 당신만의 시를 찾으세요
석청을 채밀하는 사냥꾼들은 여러날을 산속에서 보낸다. 혼신을 다해 구도하는 심정으로 산을 오르는 이들의 작업은 시 한편 찾는 일과 같으리라.
노향림 「채밀꾼」
나는 어떤 열매를 맺는 나무일까
나는 어떤 나무일까 나무들은 모두 햇빛과 달빛과 바람 속에서 같은 빗물 먹고 어둠 속에서도 쑥쑥 키가 크는데
함기석 「꿈꾸는 나무 」
태초의 아침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간 꽃이 피어났네,
윤동주 「태초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