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너 자신을 용서해줘
우리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자 깨뜨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라는 말
여세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여름이 마음속으로 미끄러진다
하늘의 물방울 빛난다 내가 사랑했던 이가 밤새 마셨던
진은영 「오월의 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저녁
이렇게 마주 앉아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저녁은 모든 말들의 은총이었거나 지나간 영광이었거나 감미로운 숲의 시간입니다
김수복 「몸의 묵상」
울지 않는 사람의 울음은
사막에 산다는 거, 그건 울지 않는다는 거, 울지 못해 타오르고, 울기 전에 타버리는 거, 그게 사막선인장, 오르간파이프선인장,
김경후 「오르간파이프선인장」
봄비의 말을 듣네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박영근 「봄비」
괜스레 가는 봄날 잡아놓고
부은 눈 들킬까 문이란 문 다 열어놓고 온몸으로 휘젓다가 문지방에 발가락 찧어 아파 핑곗김에 운 날
박경희 「그런 봄날」
나 어두울수록 네가 환하다
모르는 것들에게 먼저 들키면서 고통의 끝까지 가다 보면 세상일 맑은 물 같다 생각의 가는 허리도 더는 병들지 않는다
권경인 「숨겨진 폭포」
다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모든 꽃은 자신이 정말 죽는 줄로 안답니다 꽃씨는 꽃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신이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고형렬 「꽃씨」
어른이 되는 일
칭찬에 갇혀 있던 모든 겨울 종료. 모든 겨울 종료.
유이우 「성장」
선생의 마음
하루하루 이 길이려니 걸어왔지만 아이들을 기록하는 내 손은 아직도 늘 떨린다
남호섭 「꿈」
죄송한 마음
너무 뜨거워서 잠시 식게 둔 것이 어느새 완전히 식어버렸군요 허옇게 굳은 기름이 국물 위에 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슬퍼지지 않습니다
황인찬 「죄송한 마음」
이상한 꿈을 꾸었다
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 거야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다음 생에서는 엄마로 태어나지 말아요
신미나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