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꿈에 얽힌 이야기
모든 길을 다 돌아나온 뒤에야 알게 되었지 꿈의 길을 지나 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잠에서 나오는 문이라는 것을
유혜빈 「Jazz Chill」
차마 하지 못한 말
차마 하지 못한 말은 비밀도 침묵도 아니지 얼어붙은 고요가 간신히 매달려 있는 길
김경후 「차마고도」
마음에 무지개가 도는 봄
봄비는 간질이는 손가락을 갖고 있나? 대지가 풋사랑에 빠진 것 같다
박형준 「봄비 지나간 뒤」
조용한 생활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커다랗게 커다랗게 얼룩이 되어 번지다가 점차 자리를 잡고 무늬가 되어간다
여세실 「생활」
봄빛은 노래하네
간지럽게 뿌리도 연못의 눈꺼풀도 간지럽게 수양버들은 버들잎에서 눈 뜨네 몸이 간지러워 끝마다 살짝살짝 눈 뜨네
문태준 「봄」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마침내 도시의 아침은 모퉁이에 숨어 기다려요 밤은 찾는 자의 것
권지숙 「밤의 편의점」
사랑의 우주, 우주의 사랑
암흑 속으로 팽창하는 우주에서 안드로메다처럼 당신은 내게 다가오고 있었네
장이지 「우주적」
곡우는 봄철의 마지막 절기
오는 서쪽 비에 가슴이 먼저 젖었으니 가는 동쪽 비에는 등이 먼저 마르겠다 계절도 사랑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
정끝별 「곡우」
봄은 겨울을 이기며 온다
친구여 어디로 돌아누울 곳 없어 이렇게 발끈 쭈그려앉은 이 무서움 속에서 어디선가 우리를 부르는 새벽닭 울음소리를 듣자
김용택 「꽃」
몸은 소리를 입은 음악이야
동심원 안에서 상대의 몸짓을 따라 해봐, 언제든 우주의 태엽을 다시 감을 수 있잖아
이동우 「오르골」
기슭이라는 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생겨난 비탈 끝에는 어떤 기슭이 기다리고 있는지
나희덕 「기슭에 다다른 당신은」
저기 네가 보인다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정우영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