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고양이 같은 것과 함께 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게 꼭 농담만은 아니란 걸 눈치 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걸 진심으로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사람처럼, 나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졸지에 반(反)시대적인 사람처럼 외로워졌다.
아내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고 나는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의 승패는 간절함의 정도에 달리기 마련이어서 결국은 내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에 대한 나의 막연한 거리감보다는 아내가 품은 정확한 사랑의 힘이 더욱 컸던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를 모른 척 살아가던 내게 운명처럼 첫 고양이가 찾아들었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새하얗던 더벙. 이제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콧날을 시큰거리게 하는 더벙.
우리 셋은 제주로 함께 내려왔다. 아내가 일을 나가면 집엔 온통 우리 둘 뿐이었다. 굴 따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섬집 아기처럼 우리는 긴 하루를 같이 보냈다. 나를 경계하듯 바라보던 더벙이 내 품을 파고드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벙이 내 다리를 지긋이 베고 누울 때면 은근한 기쁨이 갓 끓인 순두부처럼 몽글거리며 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 짧은 계절이 전부였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끝에 더벙은 우리 곁을 떠났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던 이틀의 시간이 선연하다. 축 늘어진 더벙을 품에 안은 채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더벙을 집 마당에 있는 한라봉 나무 밑에 묻던 밤은 유난히 달빛이 환했다.
우리는 집에 들어오기 전 가끔 더벙이 묻힌 곳을 둘러보곤 한다. 얼마 전에 확인해보니 그 나무에 작은 열매가 맺혀 있었다. 우리는 동시에 작은 탄성을 질렀다. 저길 보라고, 더벙이 동그랗고 푸른 열매로 다시 태어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