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간 어디가? 너 내가 부른 거 모르는 척할래?”
아, 뒤통수가 따갑다.
“나 진료 봐야 한다고, 좀 이따가 다시 올게. 알았지?”
“인간 너... 흥 그럼 내가 기다려줄 테니 빨리 다녀와. 올 때 츄르!”
거참 원하는 것도 많다.
지금은 이렇게나 건강한 감자도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였다. 처음 만난 감자는 아주 조그마한 고양이였다. 급성신부전으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를 3일째, 감자는 스스로 유동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원 기간 점점 면회를 오는 간격이 뜸해지던 보호자는 결국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감자의 퇴원을 미루더니 결국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감자, 나와봐.”
감자가 신이 나서 입원장을 뛰쳐나온다. 쳐진 뱃살을 출렁대며 감자는 신이 났다. 그 모습이 귀여워 감자를 붙잡고 귀찮게 하니 이내 싫은 소리를 내며 밀어낸다.
“야 인간! 내가 배는 만지지 말라고 했지! 한번만 더 만지면 물어버릴 거야.”
“어디 한번 물어봐라, 요놈.”
나는 결국 물리고 만다.
한바탕 신나게 사냥놀이를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감자가 나를 슬쩍 본다.
“야 인간.”
“응 왜?”
“아니야.” 감자가 눈치를 본다.
“아 참 답답하게... 뭔데?”
“나 여기에서 생활한 지 일년쯤 되지 않았어?”
“아마 그럴걸.”
“그때 말이야. 나 처음으로 여기 왔을 때. 나를 처음으로 감자라고 불러준 언니 품에 안겨서 왔었는데. 나보면 맨날 울고 가던 그 언니 말이야. 언니 집에서 잘 때 머리맡에서 자곤 했었는데 그때 그 언니 정수리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았어.”
“그럼 내 머리 냄새 맡아.”
“그런 게 아니라 그 언니 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응 언니가 감자 더 크면 데리러 온다고 그랬어.”
“그렇겠지? 이제 얼굴이 기억이 잘 안나. 냄새는 확실히 알 것 같은데. 야 인간! 너 이야기 듣는 척하면서 또 내 뱃살 만진다. 또 물어버려!”
하루하루 마냥 잘 지내는 줄 알았더니 감자도 다 알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