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호동이 사진을 찍었다. 지병인 당뇨와 만성췌장염이 심해져 입원을 하는 것인데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자주 입원을 하다보니 병원이 편해지고 주치의인 나와도 제법 친해져서 이름을 부르면 대답도 곧잘 하고 곁을 내어주기도 한다. 병원에 자주 와서 나와 친해지는 것이 아이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도 애교부리는 모습이 귀엽고 예쁜 것은 아이러니하다.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 호동이는 의식조차 희미한 상태였다. 당뇨 합병증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흉수까지 생겨서 매순간이 고비였다. 어떻게든 호동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온 종일 이 아이에게 매달려 있었다. 쉬는 날도, 밤낮도 없이 병원에 나가 살피기를 일주일째, 호동이의 수치들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호동이는 기대수명인 3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잘 버텨주고 있다.
그러나 그간 호동이의 건강상태가 계속해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중간 중간 상태가 나빠져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호동이의 사진을 한장 남길까 하다가도 ‘에이, 금방 좋아져서 퇴원할 건데 다음에 오면 찍어야지’ 하며 일부러 미뤘다. 혹시 사진을 찍고 나면 마지막이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이 지나고 나면 더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 너머로 본 호동이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달라보였다. 털의 윤기도 사라지고 다리도 많이 얇아졌다. 사실 조금 전에 여러 검사 결과들을 확인했다. 이럴 땐 수치들이 말해주는 것을 알 수밖에 없는 내 직업이 원망스럽고, 그럼에도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는 처치들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하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나의 영역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런 기분은 생경한 것은 아니다. 나의 첫 고양이 ‘아톰’이 투병하던 마지막 순간을 포함해 수많은 고양이들을 만나고 떠나보냈다. 물론 더 많은 아이들이 호전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기억에는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이 더 강렬하게 남는다.
마음 한켠을 내어준 아이들이 아파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봐야 하는 이 일이 쉽지가 않다. 내가 아는 많은 수의사들도 마음속에 저마다의 호동이를 품고 산다.